chapter 1 :시작
의성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저는 2019년, 의성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원래 제 직업은 항해사였고, 1등 항해사로 바다 위에서 무역과 수출입 관련 서류 업무를 담당하며 전 세계를 누비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러다 한국에 들어온 날, 오랜 친구이자 동업자인 지인이 저를 데리고 의성으로 오게 되었고, 그렇게 아무런 연고도 없는 시골에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죠. 처음엔 막막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낯설음 덕분에 더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된 첫 프로젝트가 ‘젠틀파머스’였습니다. 새싹보리를 수경재배하는 스마트팜을 운영하며,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농업의 세계에 발을 들였죠. 수출입 업무에 익숙했던 저였기에, 단순히 재배에 그치지 않고 지역 농민들의 농산물을 수매해 해외로 수출하는 일도 병행했습니다. 그 당시엔 모든 게 처음이었고, 무엇이 정답인지도 몰라 그냥 몸으로 부딪히며 배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나하나 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저는 이 지역의 사람들과 농업, 그리고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농민분들과 가까워졌고, 그들의 손에서 나오는 훌륭한 농산물들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서 ‘의성늘보’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의성늘보의 시작은 아주 작고 소박한 소매점이었어요. 좋은 농산물을 직접 고르고, 포장하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이 전부였죠. 하지만 저는 그 일을 단순한 판매로 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시골에서 만든 이 농산물들이 도시의 식탁 위에 더 자연스럽게 오를 수 있을까?’, ‘이 지역의 농민들과 함께 더 나은 구조를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들이 쌓이며 지금의 방향성을 잡게 되었어요.
지금의 의성늘보는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닌, ‘시골이라는 로컬이 식문화 서비스를 선도하는 기업’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역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구조를 넘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와 스토리를 담아낸 콘텐츠, 그리고 가공과 유통까지 이어지는 서비스를 통해 더 풍성한 로컬 식문화 생태계를 만들려고 팀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어요.
chapter 2 :삶과 일
의성늘보 팀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저희 팀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여섯 명의 청년들이 한배를 탄 마음으로 똘똘 뭉쳐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각자 역할은 다르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의성이라는 지역 안에서 무엇이 필요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어요. 지역에 대한 이해와 관찰을 바탕으로 꾸준히 인사이트를 쌓아가고 있고, 그 안에서 실제로 제품이 하나둘 탄생하고 있습니다. 팀웍이 좋다보니, 일을 새로운 미션처럼 받아들이고 또 배우고자 하는게 어느정도 부담이 있기마련인데 그걸 팀원들이 감수를 해요. 그런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의성에서 일과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버팀목이기도 해요.
무엇보다 저희는 그 니즈를 실행 가능한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인력과 역량을 갖춘 팀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부에서 보시기에도 ‘청년 여섯 명이 함께 있는 회사’라는 점이 인상적인지, 종종 신기해하시고, 친근하게 다가와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여기 사무실에 들어가서 맥주 한잔 마셔도 돼요?”라고 웃으며 말씀해주실 때면, 저희가 만들어가고 있는 이 따뜻하고 부담 없는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 뿌듯하죠. 청년들이지만 가볍지 않고, 또 무겁지 않게 지역과 어울리며 일하는 방식 그게 바로 저희 팀만의 장점이자 앞으로도 지켜가고 싶은 분위기입니다.
의성늘보의 도시락 및 케이터링 서비스 | 사진 : 의성늘보 제공
의성늘보의 도시락 및 케이터링 메뉴
답례품으로 좋은 의성늘보가 개발한 의성쌀샌드
의성에서 지내시며 기억에 남는 인연이나 특별한 순간이 있었을까요?
예전에는 지금처럼 브랜드 모델이 정리되기 전이라, 의성 IC 근처에서 농민분들의 농산물과 지역 기업들의 가공식품을 모아 판매하는 소매점으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가을, 하루를 마무리하려던 저녁 무렵이었어요. 한 할머니께서 트럭을 몰고 매장 앞으로 오셨습니다. 트럭에는 마늘이 실려 있었는데, 확인해보니 이미 속이 빈 상태의, 소위 ‘뻥통’이라 불리는 마늘이었어요.
알고 보니 그 마늘은 중도매인들에게 하나에 5만 원 정도에 팔 수 있었던 상품이었지만, 할머니께서 ‘조금 더 좋은 값에 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아끼고 아끼다 결국 돈이 떨어지게 된 상황이었죠. 팔 시기를 놓쳐서 이제는 그 누구도 쉽게 사주지 않는 마늘이 되어버린 거예요. 어쩌면 그날 할머니는 마지막 희망처럼 저희 가게를 찾으신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할머니, 이거 얼마에 파시려고요?” 여쭤보니, “7만 원이면 좋겠어…” 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마늘 20단을 저희가 사드렸습니다. 총 140만 원이었죠. 바로 인스타그램에 사실 그대로 올렸어요. ‘이건 뻥통 마늘입니다. 하지만 오늘 이 마늘은 어느 할머니의 손에서 나왔고, 그분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라고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올리자마자 단 10분 만에 완판되었고, 그 수익은 모두 할머니께 돌아갔습니다.
그날 할머니는 슬프고 절망적인 하루를 보내러 나왔다가, 저희와의 만남으로 작은 용돈을 벌고 돌아가셨어요. 그 이후로도 종종 매장에 들르셔서 카라멜 마키아토도 드시고, 와플도 사드시며 저희와의 관계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제 아이 돌잔치 때는 돈까지 보내주시며 따뜻한 마음을 표현해주셨어요.
그 경험은 저희에게도 큰 전환점이 되었어요. 단순한 거래를 넘어 지역 안에서 진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방식, 그리고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진정한 사회적 행동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죠. 이후로 할머니가 계신 면에서는 “늘보 저 친구 잘한다”는 입소문도 나기 시작했고, 저희에 대한 신뢰와 평판은 자연스럽게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건은 이윤을 남긴 일이 아니었지만, 저희에게 훨씬 더 큰 가치를 안겨주었습니다. 바로 지금의 ‘의성늘보’가 가야 할 방향과 존재 이유를 명확히 알려준 순간이었죠.
chapter 3
의성에서 어떤 꿈을 꾸고 계신가요?
"저희는 흔히 말하는 진짜 로컬 브랜드, 그 자체입니다. 지역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펼치며 지금까지 한 번도 의성을 벗어난 적이 없어요. 나름의 이유도 있었죠. 지역을 살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사명감이 있었고, 또 시작 자체가 지역 중심의 활동이었기 때문에 쉽게 바깥을 바라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사실 제 개인적인 커리어나 관심사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있었고, 글로벌한 흐름 속에서도 저희 브랜드가 가능성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다 작년부터, 함께할 든든한 이사님과 팀원들이 생기면서 조금씩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신선식품 가공이에요. 유통기한이 짧은 지역 농산물을, 최대 1년까지 보관 가능한 제품으로 전환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제품이 바로 곧 출시 예정인 스무디입니다. 쉽게 말하면, ‘샐러드를 얼려서 갈아 먹는’ 방식의 스무디예요. 이 제품은 의성을 넘어 더 넓은 지역으로 나가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수출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_ (주)의성늘보 강수빈 이사
저희의 최종 목표는 분명합니다. 경북 지역 내에서 생성된 예산과 자원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이 안에서 건강하게 순환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지금까지는 경북에 예산이 내려와도 대개 외부 트렌디한 업체나 수도권 기업을 통해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저희는 이 흐름을 바꾸고 싶습니다. 로컬 안에서 자생력을 갖춘 브랜드가 생기고, 그 브랜드가 다시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지역 안에서 돌려줄 수 있다면, ‘경북 안에서 잘 사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어요. 프랜차이즈든, 가공식품이든, 콘텐츠든 그 방식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방향은 하나입니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지역의 힘으로 자립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그게 저희 팀이 그리는 궁극적인 미래입니다.
출처 : 의성늘보 인스타그램
출처 : 의성늘보 인스타그램